《B녀의 소묘》를 읽고 – 거미줄을 타고 세상을 건너려던 어리석은 여자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그런 기분이 든다. 처음엔 따라가고, 집중하고,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막상 끝에 닿았을 때,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은 이거다.“그래서 뭐? 어쩌라고?”그 말은 《B녀의 소묘》를 덮은 내 감정이었다. 분명히 몰입했는데, 남는 건 허탈함이었다. 무언가 말할 듯 말하지 않고, 끊길 듯 이어지지 않는 소설. 누군가를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끝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과거를 말하지 않고, 현재는 설명되지 않고, 미래는 없다. 우리는 그저 한 여자가 죽기 전에 남긴 말 없는 기척 하나를 따라가는 기분이 된다.작품의 제목은 《B녀의 소묘》다. 소묘, 그러니까 '밑그림'이다. 스케치. 자세히 그리지 않은, 윤곽만 잡은 그림. 이건 우연한..
2025.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