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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감상

[꽃들에게 희망을] 어른이 되어 읽게된 동화

by 마늘이 2022. 8. 22.

1. 굳이 읽지 않던 책

 노란색 나비가 그려진 이 책의 표지가 낯설지 않습니다. 학교 도서관에도 있었습니다. 동네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대여점에서도 본 적은 있습니다. 다만,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마주치면 괜히 반가운 책입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요. 나이가 어릴 때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가 기분 나빠서 그냥 덮어버렸습니다. 지금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이 나이에 집어서 읽기에는 다소 민망한 느낌이 거세게 들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 책을 올해 드디어 읽었습니다.

 

2. 간단한 내용과 자유로운 해석

 알에서 줄무늬 벌레가 깨어납니다. 벌레답게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먹었고, 배가 어느 정도 차자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많은 벌레들이 엉키고 설켜서 위를 향해 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 멋지고 대단한 것 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러지 않고 수많은 벌레들이 모일 리가 없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심해집니다. 줄무늬 벌레는 노랑 벌레와 만나게 됩니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막연한 기대만으로 위를 향하는 생활에 지친 두 벌레는 내려와서 행복하게 지냅니다. 하지만 줄무늬 벌레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버립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3가지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3. 첫 번째 키워드. 노란 벌레와 줄무늬 벌레

 이 벌레 커플은 벌레 탑 오르기에 도전했다가 도중에 때려치웁니다. 줄무늬 벌레는 두 번째 시도를 하지만 결국 내려오게 됩니다. 결국 이 두 마리의 벌레는 나비가 됩니다. 누구나가 원하는 것! 누구나가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 그러한 것보다는 나 자신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집중합니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주어진 색깔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두 마리 모두 새롭게 태어나는 데 성공합니다.

 바깥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도 분명 중요합니다. 다만 나에게 집중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남의 성공을 지나가는 행운 보듯 폄훼한다거나, 노력 없이 부러워하면 안 됩니다. 나에게 행운이 다가왔을 때 움켜쥘 준비와 자격을 갖춘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일의 잘난 내가 되도록 오늘의 나는 노력해야만 합니다. 

 

4. 두 번째 키워드. 나비

 작품에 등장하는 벌레들은 나비와 소통할 수 없습니다. 본인들 하나하나가 모두 나비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데도, 나비가 되지 못한 자는 나비와 통할 수 없습니다. 마치 다른 존재와도 같습니다. 나비가 되어야만 나비와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나비로 변화하고 성장하려면 고통, 노력, 희생, 고독 등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모두 함께 있는 마음 든든한 길이 아니라 온전히 혼자 가야만 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 막연함과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의 벌레들은 나비가 되기보다는 벌레 탑에 도전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5. 세 번째 키워드. 벌레 탑

 절대다수의 벌레들이 도전하는 길입니다. 대부분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것이 개인의 취향에 맞는 가치 있는 것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절대다수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일 겁니다. 실제로 끝에 도달한 벌레들은 갈 길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합니다. 지금 있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내려가지도 못합니다. 상대를 짓밟고, 밀치며 올라간 곳에 있는 것은 허상뿐이었습니다.

 

6. 동화의 열린 결말과 해석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 돈을 벌고 먹고 산다는 것.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 나도 합니다. 나도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만 같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나비가 되어서 떠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축하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나게 보입니다. 저는 아직 벌레입니다. 혼자 못난 벌레인 채로 끝이 날까 봐 무섭습니다. 남의 변화는 갑작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쉬웠을 리가 없습니다. 다들 몸부림쳤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타인의 성공은 갑작스럽고 쉽게만 보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하던 일을 꾸준히 하고, 마무리 지을 일들은 되도록 빨리 끝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는 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다들 알고 있는 그런 길 말고, 나에게 맞는 다른 길도 있다고 믿어봅니다. 길이 안 보이면 찾을 수 있도록, 나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가려고 합니다. 무엇이든 부지런히 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진지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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