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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다이하드. 하드보일드의 시작

by 마늘이 2022. 6. 15.

1. 영화의 내용.

 ‘존 맥클레인은 뉴욕 경찰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딸들과 아내가 지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왔다. 아내 홀리는 일본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장의 배려로 맥클레인은 공항까지 마중 나온 리무진을 타고 파티가 이뤄지고 있는 회사 빌딩까지 편하게 온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빌딩은 무장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점거된다. 다국적 멤버로 이루어진 테러집단의 목적은 돈이었다. 30년도 더 전에 제작된 영화다.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도 다수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종이 쪼가리를 들고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채권 혹은 주식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 본다면 초라하지만 1980년대 기준으로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초호화 고층 빌딩이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테러리스트들은 건물을 점거한다. 인질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건물 곳곳을 막아버린다. 외부와의 연락이 되지 않도록 전화선도 잘라버린다. 건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활용하여 경찰병력들과 효율적으로 대치한다.

 LA 경찰이 출동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FBI가 출동하여 수사권한을 넘겨받지만 이들 역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를 해도 장난전화 취급을 당한다. 경찰은 외부와 격리된 건물 안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맥클레인’‘맥클레인’ 형사의 증언을 전혀 믿지 않는다. FBI의 경우엔 맥클레인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하여 총을 쏘기까지 한다. 이들이 투입한 탱크와 헬리콥터는 한순간에 폭파당할 뿐이었다.

 고립된 건물 안에서 30명의 인질을 잡고 있는 무장 테러단체를 상대하는 단 한 명의 형사 이야기. 다이하드 1편이었다.

 

2. 30년 전 영화.

 정확히 34년 전의 영화다. 고급 리무진과 최첨단 건물이 등장한다. 30년이 지난 오늘 이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화기가 달린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상당히 부유한 사람에 속했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탔던 리무진엔 무려 전화기가 있었다. 그리고 테이프를 넣어서 음악을 듣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깼다. 뭔가 꾸져 보였다. 에어백은 제대로 작동하려나 모르겠다. 그밖에 터치스크린으로 건물에 있는 사람을 검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건 인정한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 시절 기준으로 하이테크가 맞다. , 개인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열람하는 모습이 옛날은 옛날이구나 싶었다.

 요즘 영화를 보다 보면 쓸데없이 중국이 판을 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생뚱맞게 중국 상품의 간접광고가 나온다거나, 전반적인 내용상 등장할 필요도 없는 중국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탓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80년대 영화다. 이 영화에는 일본이 비슷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홀리가 일하는 빌딩의 이름은 ‘나카토미’빌딩이다. 사장이 일본계 미국인이다. 진주만은 패했지만 워크맨으로 미국을 덮어버렸다는 정신 나간 대사를 입에 담은 장본인이다. 정신이 나간 거다. 염치가 있으면 저런 말은 못 한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가 일본에 대해서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그 잘난 워크맨조차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세월이 무상하다.

 영화를 보다 긴장감 있게 만들기 위한 장치들이겠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받게 만드는 장면들도 있었다. 신고 접수하는 것부터 사람 복장 터지게 만드는 경찰의 무능함과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방송국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보는 이로 하여금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많다. 이런 것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배우에 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의 브루스 윌리스는 처음 보았다. 내가 아는 그는 만화영화 캐릭터 호머 심슨과 비슷한 이미지였는데,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의 작품을 보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머리가 생각보다 풍성했다. 하얀 러닝 차림으로 세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리하는 남자다. 체격이 상당히 좋다. 그가 씻는 도중에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닥친다. 덕분에 그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맨발에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이러니 몸 좋은 배우를 섭외했겠지.

 사실 맥클레인형사의 역할은 다른 배우들에게 퇴짜 맞은 역할이었다. 물망에 올랐던 배우로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 리처드 기어, 해리슨 포드 등 이미 당시에 잘 나가던 근육질의 미남 배우들이었다. 확실히 이 남자들이라면 더 보는 맛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브루스 윌리스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놀드 형님이라면 러닝조차 안 입고 화면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멋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영화는 흥행했고, ‘브루스 윌리스의 대표 영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브루스 윌리스가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요구하는 배짱을 부렸고, 이것을 제작사 측에서는 받아들였다고 한다.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에게 쓸 돈이 별로 없었다 한다. 덕분에 당시 무명이었던 알란 릭맨이 캐스팅되었다. ‘브루스 윌리스가 없었다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베루스 스네이프교수는 다른 사람이 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맨발은 유리에 찢기고, 하얀 러닝은 걸래 짝이 될 때까지 혼신의 액션을 선보인 브루스 윌리스보다는 테러리스트의 보스 역을 맡은 알란 릭맨의 연기가 더 돋보였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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