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감상

페어런트 트랩, '린지 로한'의 1인 2역

by 마늘이 2022. 6. 16.

1. 지루할 틈 없는 착하고 순한 가족영화

 '할리 파커'와 '애니 제임스'는 소녀들만을 위한 캠핑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살다 살다 처음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할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왔습니다. 자기 소유의 말도 있습니다. 승마를 할 줄 아는 11살 소녀입니다.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캐릭터입니다. 아버지와 유모,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부유한 농부입니다. 넓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왔습니다. 어머니가 없다는 것 빼고 말입니다. '애니'는 영국에서 바다 건너왔습니다. 으리으리한 리부진을 타고 캠핑장에 나타났습니다. 대단한 펜싱 선수이기도 한 '애니'는 프랑스어가 능숙하고 도박까지 잘하는 대단한 아이입니다. 그녀에게는 유명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어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집사와 함께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빼면 말입니다.

 '할리'와 '애니'는 캠핑장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며 말썽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격리된 오두막에 갇혀서 지내게 됩니다. 이곳에서 그녀들은 서로서로가 쌍둥이임을 알게 됩니다. 캠프가 종료되는 날에 '할리'는 영국으로, '애니'는 캘리포니아로 바꿔서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재결합시키는 계획을 짜게 됩니다. '할리'는 처음 보는 엄마가 너무 좋습니다. '애니'도 아버지가 좋습니다. 낳고 기른 부모님조차 이들이 뒤바뀐 사실을 모릅니다. 먼저 눈치를 챈 것은 유모와 할아버지였습니다.

 이혼한 부모님을 11년 만에 재결합시키려는 쌍둥이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아버지의 배경을 노리고 접근한 나쁜 아줌마의 존재입니다. 나쁜 아줌마와 아버지의 결혼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두 사람을 갈라놓고 부모님을 이어주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 '린지 로한'의 몰락

 이 작품은 '린지 로한'의 주연 데뷔작입니다. 어떠한 형태로 주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린지 로한'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1인 2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린지 로한'에게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있게 보았으니까요. 한국 사람인지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캘리포니아 출신 '할리'와 영국 출신 '애니'의 발음까지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평을 보았습니다. 단순한 코미디 영화 속의 쌍둥이 연기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계산된 완벽한 연기였던 셈입니다.

 이후 '린지 로한'은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으로 확실한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합니다. 여기 까지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그녀는 과거의 영광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악동 배우가 되어버렸습니다. 귀엽고 상큼했던 쌍둥이의 이미지는 날아가 버린 지 오래입니다. 술과 마약, 수없이 많은 음주 운전과 갖가지 구설수와 성 추문들로 인해 그녀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가버린 지 오래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패리스 힐튼'은 재기에 성공했는데, '린지 로한'은 아직입니다. '패리스 힐튼'의 경우엔 애초에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는 것이 무섭습니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막장 이미지를 이용했다는 설까지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입니다.

 아무튼 '린지 로한'은 최근 넷플릭스와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새로운 작품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그녀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3. 영화 이야기

 영화는 동화책을 원작으로 합니다. 독일의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의 '로테와 루이제'라고 합니다. 워낙에 어린이들을 위해서 쓴 글인지라, 이제야 찾아보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1998년.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살아본 시절이기 때문에 별다른 위화감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할리'와 '애니'는 참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철딱서니 없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활환경이 풍족하다면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없더라도 저렇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재결합시키고자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 과하다 싶은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11살짜리 어린아이 두 명이 호화로운 요트를 통째로 대여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정말 돈 낭비의 끝판입니다.

 '린지 로한'의 연기는 완벽했습니다. 그녀에게서 거슬리는 부분은 심각한 주근깨 말고는 없었습니다. 온몸을 뒤덮고 있는 주근깨를 보고 기겁했습니다. 하지만 기겁하는 것은 주근깨뿐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영화가 별로 없습니다. 액션으로 관람객의 눈을 뺏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첨단 기술과 첨단 소재로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떡칠이 된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스토리 그리고 연기력으로 승부 보는 영화가 너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래되었고, 이미 봤던 작품이기는 했지만 이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행복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