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감상

뮬란, 디즈니사의 실사 영화

by 마늘이 2022. 3. 29.

1. 영화 뮬란, 스토리

 ‘뮬란은 타고난 기가 강한 여자아이입니다. 아버지께서 전쟁영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뮬란의 능력은 특출 납니다..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기 일쑤였고, 사내아이처럼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조금 독특한 여자아이입니다. ‘뮬란의 모습이 여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기에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으십니다. 타고난 기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곤 하십니다. 그리고 가문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조신하게 살아가길 바라십니다. 하지만 뮬란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중매쟁이의 집에서도 쫓겨났으니 말입니다.

 어느 날 유연족이 전쟁을 일으킵니다. 황제에게 패하여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 하는 ‘보리칸’과 마녀라는 이유로 추방되어 홀몸으로 어렵게 살아왔던 ‘시아니앙’이 손을 잡았습니다. 황제는 유연족을 막기 위해 각 가문마다 성인 남성 한 명씩 징집할 것을 명령합니다. 안타깝게도 뮬란의 가족 중에는 아버지뿐입니다. 과거의 전쟁영웅이지만 나이도 많고, 부상으로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닙니다. ‘뮬란은 야밤에 아버지의 검과 갑옷과 말을 훔쳐서 소집부대로 향합니다. 만약 여자임을 들키게 된다면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아버지를 대신해 병역의무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뮬란은 타고난 기가 강했습니다. 군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동료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훈련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남장을 들키지 않고 단체생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씻지 못해서 더러운 냄새가 났고, 조금이라도 단체생활을 피하기 위해서 불침번을 지원했지만, 결국 전투 중에 진실이 밝혀지고 막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후 뮬란이 어떻게 다시 동료들에게 돌아올까요? 어떻게 악당을 물리칠까요? 결말은 영화를 직접 시청하고 확인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애니메이션 원작과는 많이 다릅니다.

 

2. 창작인가? 원작 파괴인가?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기존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원작이 훌륭했던 만큼 완성도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애니메이션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로 만들 때 기술적인 부분이나 사회문화적인 문제로 구현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원작과의 괴리감이 큰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트레이드마크는 멋진 OST입니다. 노래들이 참 좋습니다. 뮤지컬스러운 연출과 함께 영화를 한층 더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들이 있었기에 더욱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 영화에는 없습니다. 중간중간 배경음악이 살짝 들리기는 하지만,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캐릭터들을 과감하게 잘랐습니다. 항상 뮬란과 행동을 함께하는 용과 귀뚜라미는 없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사라지고 처음 보는 여동생이 생겼습니다. 군대에서 썸 타던 상관은 사라지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동기와 나이 많은 상관이 생겼습니다. 빌런도 바뀌었습니다. 메인 빌런이 임팩트가 없습니다. 도리어 그 조력자 포지션에 있는 마녀가 너무 화려해서 눈길을 가져가 버립니다.. 그런데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서양식 마녀가 활개를 치는 모습이 괴이했습니다. 동양이라면 무녀라든지 무당이 등장했어야 하는데, 제작진이 생각이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뮬란의 캐릭터도 문제입니다. 원작의 뮬란은 커다란 양갓집에서 규슈로 자랐지만, 살짝 왈가닥 기질이 있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아버지를 위해서 머리를 자르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나라를 구하는 성장형 스토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게 애니메이션 뮬란의 매력이었습니다. 그걸 이 영화는 박살 내버렸습니다. 꼬질꼬질한 동네에서 천방지축 날뛰는 선머슴 같은 여자로 바꿔놨습니다. 피나는 노력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그냥 원래부터 전부 가지고 태어난 타고난 장군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변화를 줄 때는 제작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입니다.

 

3. 감상평

 재미없지는 않았습니다. 볼만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미 내용과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원작이 워낙 훌륭했습니다. 노래를 기대했지만 괜한 기대만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대다수가 저와 같을 것입니다. 원작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을 겁니다. 추억이 미화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시간을 들여 봤을 겁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확실히 옛것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이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유명 배우 유역비를 캐스팅해서 액션 영화를 찍은 것 까지는 좋습니다.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는 사정도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영어를 못하는 입장에서 보아도 배우들의 영어 발음은 이상했습니다. 배경에 어울리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연의 연기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모르던 사실도 있었습니다. 이연걸과 견자단이 출연했다는 사실. 그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영화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개그를 담당하는 마스코트 캐릭터들이 삭제된 것도 아쉬웠습니다. 용과 귀뚜라미 대신 불사조가 등장했는데 이게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통통한 새를 넣어도 아쉬울 판에 납작하고 어색한 CG를 넣었습니다. 심지어 대사 한마디 없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내버려 둘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는 법입니다. 이 영화는 원작을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