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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신선한 시작과 억지 엔딩

by 마늘이 2022. 5. 23.

1. 달동네 지훈이 이야기

 동훈고등학교는 1930년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엘리트 학교입니다. 대한민국 1%의 학교입니다. 이 학교의 교복을 입는다는 것만으로도 우수한 학생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수학선생님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이 학교에는 ‘머글’이 없습니다. ‘머글’이란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마법사들이 마법에 대해서 모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을 비하하는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동훈고등학교에는 ‘머글’이 없습니다.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3년 교과 과정을 모조리 마무리 지은 상태입니다. 

 주인공 한지우는 어쩌면 ‘머글’ 일지도 모릅니다. 수학 성적이 영 좋지 않습니다. 중학교까지는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정말 똑똑한 아이들을 모아놓은 동훈고등학교 안에서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지우는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이기 때문입니다. 넉넉한 가정에서 빵빵하게 지원받으며 공부하는 아이들과는 시작부터 거리가 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는 세상. 너무 당연한 세상입니다. 불공평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동훈고등학교에는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이 많습니다. 평균에서 벗어난 것은 한지우와 같은 ‘사배자’ 친구들입니다. 

 어느 날 기숙사의 같은 방 룸메이트들이 소주 4병에 제육볶음을 시켰습니다. 학급에서 [똥멍이]로 불리고 있는 한지우는 좋든 싫든 운반책이 되어야 했고, 중간에 경비 아저씨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담임교사인 수학선생에게 기숙사 1달 퇴거라는 징계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께서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홀로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는 상황입니다.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자랑거리인 어머니께서 걱정할까 봐 집에 사실대로 말도 못 합니다. 비 오는 저녁. 지우에겐 갈 곳이 없습니다. 학교 창고에서 버텨보려 하지만 잠겨서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경비 아저씨에게 걸리게 됩니다.

 탈북 4년 차에 딸기우유를 유독 좋아하는 이상한 경비 아저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민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인민군]에게 들켜서 기숙사에서 쫓겨난 [똥멍이]는 [인민군]의 숙소에서 하루 신세를 지게 됩니다. [인민군] 아저씨는 [똥멍이]의 짐 꾸러미 안에서 수학 과제물을 보게 되고, 심심풀이로 풀어버립니다. 경비 아저씨가 풀은 수학 과제는 백 점짜리였습니다. 이후 한지우는 [인민군]을 쫓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하는 한 달 동안 한지훈은 경비 아저씨에게 수학 수업을 받게 됩니다. 늦은 저녁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수업을 이루어졌습니다.

 

2. 부잣집 보람이

 보람이네 집은 정말로 부자입니다. 학교 평균보다 확실히 부유하게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담임선생과 특별한 친분을 유지할 만큼 정말 부자입니다. 그런 보람이는 지우가 신경 쓰입니다. 잘못한 것도 없이 독박을 쓰고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이 바보 같은 학급 친구가 신경 쓰입니다. 엄마는 그런 ‘사배자’랑은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보람이는 본인이 ‘사배자’라고 말합니다. 부모 잘 만나서 못되게 자라는 것은 벼슬이고, 가난한 집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것은 낙인인 것이냐며 어머니와 맞섭니다. ‘사배자’는 사회적으로 배려받는 입장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풍족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차별받는 대상입니다. 어쩌면 가질 것 다 갖고 살면서도 집과 학교 양쪽에서 보호받고 우대받는 보람이와 같은 부유층이야말로 사회적으로 배려받는 사람들이지요.

 동훈고등학교에는 해마다 교내 수학경시대회가 열립니다. 대회의 이름은 [피타고라스 어워드]입니다. 대회 입상자는 3등까지입니다. 내신에 반영되는 만큼 대학교 수시 원서 접수에 조금 더 유리해집니다. 다만 3등 이외의 대다수는 들러리에 불과한 교내 대회입니다. 그래서 가망 없는 친구들은 처음부터 포기하는 그런 시험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피타고라스 어워드]는 기말고사를 대체하는 만큼 동훈고등학교 학생들은 이것을 함부로 취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보람이는 엄마에 의해 족집게 수학 과외 학원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담임선생으로부터 추천받아 수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피타고라스 어워드] 시험 당일. 보람이는 과외 학원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문제를 보고 분노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되었음을 고발해버립니다.

 

3. 북한 최고의 수학자 리학성

 경비 아저씨의 본명은 리학성. 같은 탈북자의 말을 빌리자면 공화국 최고의 수학 천재입니다. 북에서는 자신의 성과가 기껏해야 무기 제작에 쓰였고, 이에 환멸을 느꼈던 리학성은 아들과 탈북을 하게 됩니다. 수학 하나 제대로 배우고자 탈북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김일성 일가를 찬양합니다. 최상위에 있던 엘리트가 사회 밑바닥으로 추락해서 삽질하고 닭 목을 비틀며 겨우 살아가는 모습에 실망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사살당해 죽고 말았습니다. 

 남한에는 학문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의 수학은 고작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돈 많이 버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에 없는 것들이 거저 생길 것이라고 착각했었다고 말합니다. 선생이 제자를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미친 학교.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제자를 희생시키는 미친 선생. 나서야 할 이유는 많이 있었지만, 리학성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까지 나선 이유는 한 가지였습니다. 한지우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전학을 가기로 결정한 한지우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뻔합니다. 리학성 아저씨는 해외로 도망가서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한지우 학생은 수학과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둘은 어느 연구소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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