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화의 줄거리
‘에르큘 포와로’는 세계적인 명탐정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헤라클레스 포와로’로 이름을 잘못 말하긴 하지만, 세계적인 명탐정임은 분명하다. 주인공답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사건 하나를 가볍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휴가를 갖는다.
유명인의 휴가는 남들과 다르다. 미디어도 발달되지 않은 시기인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일이 알아서 굴러들어 온다. 그리고 명탐정답게 의뢰의 내용을 듣기도 전에 알아차리는 센스도 보여주신다. 이렇게해서 ‘포와로’는 이스탄불을 뒤로하고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 기차가 바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다. 숙식이 제공되는 초호화 열차다. 이상한 점은 이 추운 계절에 열차가 꽉 찼다는 것. 승객들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좋지 못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차를 탄 사람들이다. ‘포와로’는 높으신 분들의 도움으로 자리 없는 열차에 자리를 만들어서 탑승하게 된다.
어렵게 탑승한 열차. 아무리 의뢰를 받아들였지만 아직은 의뢰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포와로’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휴가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이 기묘한 열차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포와로’는 이 사건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휴가를 이유로 들어서 사건 해결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사태로 인해서 고립되버린 열차에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포와로’는 나서게 된다.
탐정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범인을 단정 짓는 것이 추리물의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들어봐야 뭐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결과가 중요하다. 결론만을 말하자면, 범인은 한 명이 아니었다.
살해당한 사람은 과거에 죄를 짓고 도망친 살인자였다. 이름과 신분을 세탁한 모양이지만, 과거에 저지른 범행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사람으로 인해 파멸해버린 한 가족이 있었고, 그 가족 주변에는 그들을 아끼던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치밀한 준비를 하였고,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모였던 것이다. 모든 것은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이다. 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누군가는 악당 밑에서 한참 동안 비서 역할을 하였다. 또 다른 누군가는 시한부 인생에도 불구하고 집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탐정과 승무원 이외의 승객 전원이 범인이었던 셈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범행이 발각되어버린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열차 안에 세계 최고의 탐정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눈사태로 인해 열차의 운행이 지연되었다는 사실.
2. 영화에 대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발견한 영화였다. 뭔가 제목이 익숙한 작품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제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였다. 후속편인 듯한 [나일강의 죽음]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추정된다. 제목이 익숙했던 이유는 내가 이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내가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탓이다. 정독을 해보아도 내 머리로는 소설 속 범인을 찾아낸 적이 없어서 추리소설은 영 껄끄럽다. 게다가 별 비중도 없는 수많은 조연들의 다양한 개인사와 스토리들이 정신 사납다. 애초에 나는 그들의 이름조차 외우지 못한다. 나와는 상성이 좋지 못한 장르의 책인 것이다. 이러니 사놓고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분량이 짧은 책이라고 해도 영화로 만든다면 많은 부분들을 잘라내야만 한다. 그 짧던 ‘카모메 식당’ 조차 많은 부분을 영상으로 만들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담아내지 못하고 잘라내야만 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취사선택의 문제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책까지 다 읽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탐정 아저씨의 배경지식은 풍부했다. 순간적인 관찰력과 판단력도 뛰어났다. 인정한다. 하지만 제시되지도 않은 정보를 술술 말하는 장면들이 자꾸 나왔다. 혹시나 내가 무언가를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포와로’가 용의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과거를 들출 때마다 들은 생각이다. 이건 탐정 같지가 않았다. 흡사 무당이나 점쟁이 같았다고 할까?
영화의 기본적인 맥락과 구성은 이해했다. 결말까지 보아버렸으니 이후 책으로 원작을 접할 때의 반전은 없을 예정이다. 다만 영화에 담아내지 못한 내용들을 확인하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
3. 감독과 배우에 대한 생각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주연배우가 감독이었다. 확실히 이 영화는 주연 한 사람만 돋보이는 영화였다. 오죽하면 내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조니 뎁]이 출연진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까? 확실히 조연이라 모르고 넘길 수도 있었을 문제다. 배우가 매 작품마다 보여주는 모습이 워낙 달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조니 뎁]인데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초반에 살해당해서 사라지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확실히 주연 한 사람만이 돋보이는 그런 영화였다.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연에다가 감독까지 혼자서 다 해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나리오마저 주연의(감독) 편처럼 보였을 지경이다. 출연진들을 살펴보았다. 이름들이 하나같이 어렵다. 그래도 익숙한 얼굴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호화스러운 열차 안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데, 다들 한 가닥씩은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적인 구조가 일대 다수의 구도이다. 탐정 한 사람이 밀폐된 공안 안에서 용의자들을 상대하는 스토리다. 범임을 색출해 내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탐정에게는 같은 편이 없었다. ‘셜록 홈스’의 조력자 ‘왓슨’과 같은 포지션의 인물이 ‘포와로’에게는 없었다. 같은 배를 탄 사람이 없었다. 영화에서의 분량을 나누어 갖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는 그 흔한 러브라인조차 없다. 남자 주연배우를 상대하는 여우주연이 부재한 영화였다.
영화의 전체적인 상영시간이 늘어나더라도, 다른 배우들의 분량을 조금씩 늘려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등장인물들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영화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디펜던스 데이. 세기말의 SF재난영화 (0) | 2022.06.14 |
---|---|
빅터 프랑켄슈타인. 원작의 재해석 (0) | 2022.06.10 |
상의원, 옷은 권력을 반영한다. (0) | 2022.05.25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신선한 시작과 억지 엔딩 (0) | 2022.05.23 |
로스트 시티, 로맨스 코미디 (+ 액션 + 모험 + 기타 등등) (0) | 2022.05.18 |
댓글